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은 연간 300여 종의 정책보고서를 미국 상하 양원 의원과 그 보좌관, 행정부 정책 입안자, 주요 언론 등에 배포한다. 이중에는 미국의 정치·경제 현안도 있지만 북한 핵문제나 미국의 동맹관계 같은 국제적 안보 현안들도 있다.이 연구소의 제임스 카라파노 연구원은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21세기에 집단동맹은 큰 의미가 없고 미국은 앞으로 1대1 양자관계에 더욱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미국의 안보를 보장받기 위해 더 이상 집단동맹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2002년 발언이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올해 초 “늙은 유럽” 발언 등 미국 보수파의 시각과 일치하는 것이다.
헤리티지의 중점 연구는 크게 국내외 경제, 대외정책 및 국방, 유엔, 아시아 등 4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도 유엔과 아시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헤리티지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관해서도 철저히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헤리티지는 1994년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이렇게 질질 끌고 있는 것은 북한 정권의 속성을 모르는 처사로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평양당국의 지연술책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시 이 연구소의 ‘서둘러 북한을 무력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우려할 만한 내용이었지만 미국 내 보수진영으로서는 보편적인 목소리였다.
헤리티지의 발비나 황 연구원은 최근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의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구상(PSI)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미국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시각의 연구집단인 헤리티지는 현 부시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싱크탱크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은 1973년 미 의회의 젊은 입법 보좌관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정책연구소. 당시 그들은 40여 년 간 지속돼 온 민주당의 의회 독주와 닉슨 정권의 대(對) 민주당 노선에 염증을 느껴 주요 공공정책 연구에서 책임 있는 보수의 목소리를 내고자 이 재단을 설립했다. 물론 미국 내뿐만 아니라 외국에까지도 미국의 보수정책을 전파하기위한 목적도 있었다.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두 블록 떨어진 유니언 기차역 옆에 위치한 헤리티지는 200여 명의 비교적 젊은 연구원이 모여 있다. 헤리티지는 설립 20여년 만에 브루킹스 재단·미국 기업연구소 등과 함께 워싱턴의 3대 싱크탱크로 성장했다.
이러한 헤리티지의 성공 비결을 능란한 언론 플레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다른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이 수년간의 연구 끝에 결과를 내놓는 데 비해 과제가 주어지면 입법보좌관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은 연구진이 48시간 내에 대안을 제시하는 발빠른 연구 결과가 이들의 실질적인 성공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북핵·미군재배치 현안 세미나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지역 강국으로 부상’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다.
헤리티지 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세미나는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정치·경제·군사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 아래 한국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미나에는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해 한·미 양국 학계·언론계·관계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모두 5개의 주제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반도와 관련한 각종 현안과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의 역할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세미나에서는
▲ 아시아지역의 한국 안보 역할
▲ 주한미군 재배치와 한·미동맹의 미래
▲ 지역 경제에서 맡은 한국의 역할
▲ 지역안보 협력의 미래와 한국의 역할
▲ 지역 열강：중국·일본, 그리고 러시아 등에 대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갖는다.
세미나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한·미 양국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국제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에 관한 토론회도 계획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의 세종연구소와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워커연구소가 공동으로 후원하며 한승주(韓昇洲)주미대사와 피터 페이스 미 합참 부의장이 각각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0. 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