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카토연구소는 국내분야에서 개인의 퇴직연금제도 확대, 연방기금의 사유화, 보험의 대부기능 강화, 자유시장 확대 등을 부르짖고 있으며 대외분야에서는 안보나 국방에 관한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외교정책에서는 신보수주의와 전통주의자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한국·일본 등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약물사용에 대해 처벌하지 말자는 주장을 하는 등 보수(혹은 전통)주의자들과 크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카토연구소는 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자유주의적 싱크탱크의 효시라고 평가받고 있고 여피세대 싱크탱크(Think tank for Yuppies)라고 불리기도 한다.

81년 미국 정치의 중심지 워싱턴으로 이전한 카토연구소는 이때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했다. 50여 명의 객원연구학자가 쏟아내는 연간 수십여 권의 저널과 서적에서부터 각종 이슈에 대한 방송해설 등에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한 여론조성으로 미국의 정책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토연구소의 연구는 미국 내 다른 싱크탱크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안보와 국방에서부터 세계정세, 세금과 예산, 시민권리, 사법정의와 법 집행, 교육, 아동정책, 약물문제, 우주과학, 통신, 무역, 노동과 복지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연구하고 그 결과를 국가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싱크탱크의 주장은 너무 앞서가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적고 추상적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카토연구소의 연구성과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지만 연방정부는 물론 각 지방정부의 정치행위나 정책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통해 상당히 비판적 경향의 결과물들을 내놓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초당파적 공공정책 연구기관으로 분류되는 이 연구소는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으며 홈페이지(http://www.cato.org)의 검색기능이나 논평, ‘핫 토픽’ 등의 메뉴를 통해 북한 관련 뉴스나 논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핫 토픽’ 메뉴는 테러리즘·북한·이라크 순으로 정렬하고 있어 연구소의 한반도 관련 연구의 중요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카토연구소 소장인 사회학자 에드워드 크레인은 지난 6월25일 미국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에 9·11 테러 이후 ‘테러보다 더 무서운’ 신보수주의의 늪에 빠진 미국 사회를 질타 하는 글을 실었다. 이성을 잃은 듯 신보수주의로 치닫는 미국에 대해 비판과 자성을 담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는 이 글에서 “미국인들이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며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시민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9·11 테러로 미국인들은 자유의 소중함을 자각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테러위협 못지않게 위험한 것은 신보수주의 바람”이라면서 “이들은 테러위협을 악용해 정부의 권력을 확대하고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국내선 항공기를 타기 위해 두 시간씩 검문∼검색을 받고 테러공포에 휩싸여 방독 마스크 사재기에 나서는 것 등을 예로 들며 미국 사회는 ‘정상사회’를 벗어나 폭력(테러)-안보 강화-개인자유 억압의 고리에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밴도 수석연구원‘워싱턴 타임스’기고문 요약-한반도 진로 남북 스스로 결정해야

워싱턴 타임스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후 남북관계 변화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한 더그 밴도 카토연구소 수석연구원의 기고를 게재했다. 이 기고문에는 카토연구소의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한 견해가 잘 나타나 있다. 다음은 밴도 수석연구원의 기고문 요지다.

남북한 정상회담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큰 성공이었다. 남북은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적대적 선전방송을 중단했으며 미래의 협력을 위해 만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남북 교역 확대, 좀 더 많은 이산가족 상봉, 대북 추가지원, 아시아개발은행 등에의 북한 가입 등을 기대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한반도에서의 냉전은 끝나가고 있다.

사실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위협적 환경이나 군사력 균형 등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정상회담 이전에도 3만7000명 미군 병력의 주둔은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북한의 30배가 넘고 인구는 두 배에 이른다. 또 북한에 비해 기술과 산업이 월등하다. 실제로 한국은 병력 수 이외의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앞선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북한에서 영향력을 다투고 있지만 둘 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다.

세상이 이런 마당에 미국이 한국을 방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미군의 주둔은 냉전시대의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화해를 방해할 수 있다. 남북관계 진전은 한국의 대미 의존도를 줄이게 될 것이다. 이는 세계 지배를 원하는 미국 내 패권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일부 한국인들을 거북하게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한·미 간 후원자-보호민 관계는 서울을 위해서나 워싱턴을 위해서나 좋지 않다. 남북통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남북한의 미래 진로는 미국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2.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