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로마군단이 인류 최초로 군기(軍旗)와 부대 명칭 개념을 정립·사용했다면 영국군은 이러한 개념을 가장 온전히 현재까지 전승·발전시켜 온 군대다.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제국을 건설했다는 영국인들의 자부심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대 명칭으로 그대로 이어졌고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부대 명칭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영국 육군의 경우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연대·왕립전차연대·웨일스 근위대 등 1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대가 다수 있으며 실제 병력은 없고 부대 명칭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기갑부대에 많이 등장하는 후사르·랜서 등의 명칭은 과거 이들 부대가 중세시대 기병부대에서 출발, 현재의 기갑부대로 발전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위대의 명칭이 들어가는 부대들은 과거 각 지방 영주가 영국의 국왕에게 충성을 보이기 위해 일정기간 파견했던 정예부대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런던 시민의용기병대와 같은 부대도 19세기를 전후해 창설됐고 영국군 내에서 가장 역사가 짧은 SAS나 해병특수수색대(COMANDO) 같은 부대조차 50년 이상의 연륜을 과시한다.

영국 해군의 경우에도 과거 대영제국 해군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 ‘여왕 폐하의 해군’이라는 의미로 군함의 이름 앞에 H.M.S(Her Majesty’s Ship)라는 이니셜을 붙인다.

이러한 영국 해군의 전통은 호주·뉴질랜드 같은 영연방 국가에 그대로 이어졌고 미국 해군의 경우 이를 모방, U.S.S라는 이니셜을 사용한다. 참고로 유럽 각국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일부 부대를 제외하고 이러한 부대 명칭 사용을 대부분 포기했다.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과 소비에트 연방의 탄생과 함께 차르에게 충성했던 대부분의 부대를 해체시키는 과정에서 부대 명칭 사용을 금지했다.

독일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상징적 의미의 부대 명칭을 엘리트 부대에서 말단 보급부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부대에서 사용했지만 패전 이후 더 이상 부대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2.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