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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66)

청상어 해상 발사 1차 시험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뒤 이를 보완하는 가운데 1999년 3월 1일로 사업책임자 박성희 박사는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 본부의 연구계획부장으로 보직이 바뀌고 전완수(현 해상시험장장) 박사가 사업책임자를 맡았다.2차 시험은 99년 3월 4일로 정해졌다. 하루 전날 선진호에 청상어와 슬라이드 발사대를 탑재하고 포항으로 출항했고, 전완수 실장을 비롯한 국방과학연구소 어뢰팀과 LG정밀·세방하이테크 담당자 등도 시험에 참가하기 위해 포항으로 향했다. 내일의 시험 때문인지 누구도 입에 술을 대지 않았다.

선진호 등 연구진은 새벽같이 출항했다. 포항은 외해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바람이 제법 세찼다. 오전 10시 47분 2차 발사 시험이 이뤄졌다. 예상 주행 시간은 1분 30초. 그러나 예상보다 8초 부족한 1분 22초 만에 청상어가 주행을 종료하고 수면으로 부상했다. 1차 시험보다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뜻밖의 현상이 벌어졌다.1차 시험과 다르게 어뢰는 수면으로 부상한 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마침내 전지 내부까지 연소됐다. 전지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때 이 문제는 향후 개발이 중간 정도까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연구진의 속까지 태우게 된다.

전지 과열로 주행이 종료되고 이로 인해 내부 연소 등이 발생한 것으로 이후 주행종료 조건(온도 제한) 등을 보완 후 전지의 연소까지 가는 경우는 없어졌지만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원인 분석에 나선 연구진은 타우버전으로 인한 물과의 저항에 의해 전력을 과도히 소모한 결과로 보고 다음 시험부터는 타우버전이 아닌 원 상태의 청상어를 시험에 적용키로 했다. 또 2차 시험의 전지 결과를 곧바로 원제작사인 프랑스 유로토프(Eurotorp)사에 통보, 하자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사업책임자가 교체된 지 2개월 만인 99년 5월 1일 이재명(현 어뢰체계부장) 박사로 바뀌고 이재명 실장 후임으로 안창범(현 대잠유도무기체계부 1팀장) 박사가 보임됐다. 해상시험은 수상함 발사대(KMK32)를 이용, 타우버전이 아닌 실 연습용 어뢰로 수행하기로 결정됐다.5월 10일 발사할 예정으로 준비했으나 기상 불량으로 하루 연기된 5월 11일 남해에서 실시됐다. 그러나 이날 시험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청상어의 자세 제어를 위한 제어 프로그램 중 일부가 컴파일러 오류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결국 자세 제어 불량으로 발사 후 20여 초만에 주행종료되고 수면 부상해 버렸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상함에 탑재할 실제 발사대 등과 연동상의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의 사기는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연구마저 등한시할 수 없는 것.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6월 25일 4차 시험. 오전 11시 22분에 발사 카운트가 시작되고 발사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발사대의 압축 공기가 밀어내는 힘으로 청상어를 입수시켰다. 추진기의 작동과 함께 청상어는 예정된 코스로 전진해 나갔다. 시나리오대로 진행 후 180도 돌아 발사함인 선진호의 표적기를 향해 음탐 핑을 쏘아대면서 정확히 표적 호밍, 공격까지 마쳤다.

예정된 4분 후에 청상어를 주행종료하고 부상하자 연구팀은 일제히 환호했다. 만족할 만한 성공이었다. 이후 연구팀은 최고 수준의 경어뢰 개발이라는 한 목표를 위해 숱한 오류와 난제를 풀어 가며 가시밭길을 계속 헤쳐 나갔다. 그러나 해외에서 도입한 전지의 과열이나 국내에서 개발한 전지의 EMI 문제, 품질 문제로 인한 시험 실패는 내내 골칫거리로 어뢰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2006. 8. 2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8-28 20: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