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중을 은밀히 이동하며 신출귀몰하는 잠수함은 추진 방식이나 공격 방식을 떠나 그 존재 하나만으로도 현대전에서 가장 강력한 비대칭 전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적의 감시를 피해 수중으로 은밀히 접근, 적함과 상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잠수함은 제독들보다 과학자들이 꿈꿔 온 신병기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실용화됐다.

1776년 미국 독립전쟁 당시 데이비드 부시낼(David Bushnell)은 터틀(Turtle)로 명명된 1인승 공격 잠수정을 최초로 실용화해 영국 군함 셀빌러스(HMS Celvelas)를 공격, 전공을 세웠다.

잠수함이 공격무기로 등장한 이후 최초의 전공으로 기록되는 이 공격에서 터틀은 비록 적함을 완전히 격침하지는 못했지만 갑판과 상당수의 승조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터틀은 별도의 동력 없이 모든 동작을 탑승자의 인력에 의존했고 적함에 구멍을 뚫고 폭약을 설치한 후 안전거리 밖으로 탈출, 이를 폭파하는 지극히 단순한 공격법에만 의존했다.

때문에 터틀은 허드슨 강변에서 펼친 최초의 실전에서 영국 군함 이글(HMS Eagle)을 공격하려 했으나 적함에 구멍을 뚫지 못해 작전에 실패했고 다만 적을 깜짝 놀라게 했을 뿐이다.

최초의 전공으로 기록되는 뉴런던(New London)에서의 HMS 셀빌러스 공격작전에서도 사실 폭약이 사전에 발각돼 적함을 완전히 격침하지는 못하고 수병들과 갑판에 피해를 입혔을 뿐이다.

이후 뉴욕 항에서 영국군에 의해 발각돼 격침되기 전까지 터틀은 전쟁의 향방을 뒤바꿀 정도로 큰 전공을 세우지 못했지만 향후 해전에서 잠수함이 갖는 유용성과 치명성을 충분히 증명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4.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