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잠수함이 16척 있다.

방위계획대강에 의해 16척만 보유하게 돼 있지만 매년 1척씩 퇴역시키고 새로 1척을 건조하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일본밖에 없다. 그것도 1척당 우리나라 돈으로 5000억 원이나 하는 잠수함을 말이다. 그래서 평균 함령(艦齡)이 7.5년밖에 안 된다. 매년 1척을 새로 건조하다 보니 신기술이라는 신기술은 모두 적용하고 응용해 볼 수 있다.

현대무기체계에 있어 잠수함만큼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무기도 드물 것이다. 엄청난 수압을 견뎌낼 수 있는 소재와 제작기술이 있어야 한다. 또 어떻게든 소리를 줄여야 상대방의 추적을 피할 수 있으니 잠수함 관련 영화에서 보듯 움직임 하나하나에 온갖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피 말리는 추적과 은폐가 이어지는 분야가 잠수함의 세계다.

잠수함을 추적하는 장치는 음향을 측정하거나 자장(磁場)을 이용하는 방법 등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기술의 첨단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잠수함 역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최대한 줄이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바다 속으로 더 깊이 잠항할 수 있는 기술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 전략을 주도하는 강대국들의 전략상 최고 우위를 이루고 있는 분야가 잠수함 전력이다. 만약 최악의 상태가 돼 지상과 공중의 전력이 모두 소진되더라도 심해에 은밀히 포진해 있는 잠수함이 최후의 공격 보루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군사력을 비교할 때 향후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분야는 잠수함 전력이라 판단된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협력적 자주국방 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려면 육·해·공군의 각 분야에서 독자적인 정보획득 능력 및 첨단무기 도입 등이 실행돼야 하겠지만 북한의 전력과 비교할 때 그 어떤 분야보다 확충해야 할 전력이 잠수함 무기체계다. 현재 한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톤수를 더욱 증강시키고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만큼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저를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는 경험과 데이터 축적이 있어야 한다.

이웃 나라 일본은 냉전체제 하에서 구소련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일본 열도 주변을 드나드는 소련 잠수함들의 동태를 살펴왔고 그 결과 바다 속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중국 역시 해양조사라는 명분으로 중국 근해뿐만 아니라 일본 열도 주변을 서성거리며 정보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기술 진보에 박차를 가해 물속에서 장거리 미사일(SLBM：Submarine Launch Ballistic Missile)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에는 미사일 발사를 위해 물 위에 부상해야 하는 약점을 극복한 것이다.

비단 중국과 일본을 잠수함 전략의 대상에 상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재 북한의 잠수함 전력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전력 확충이 절실하다. 잠수함 전력의 확충은 여타의 무기체계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결연한 자주국방 의지를 갖고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항상 뒤로 밀리기 쉬운 무기체계 분야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해양국가이며 중국도 1992년 해양법을 제정, 해양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도 물동량의 99% 이상을 해양수송에 의존하는 만큼 해상교통로(sea lane)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해군력 확충에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 김경민 국방일보 객원논설위원·한양대 교수·국제정치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4.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