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戰笠)은 조선시대 군인들이 쓰던 모자다. 전립은 주로 품계가 높은 무관(武官)들이 착용했으며 전립과 비슷한 형태지만 일반 병사들이 쓰는 모자는 벙거지나 벙테기라고 불렀다.

전립은 동물의 털에 습기와 열을 가한 후 다져서 만든다. 이 때문에 털로 짠 모직물로 만든 모자라는 의미에서 전립(氈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립은 재료로 고급 털을 사용했지만 병사들의 벙거지는 돼지털 같은 질 낮은 털을 사용했다.

벙거지의 경우 박물관에서 실제 유물을 살펴보면 사극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마무리가 깔끔한 경우는 없고 털이 거칠게 뭉쳐 있는 것이 보일 정도로 조잡한 것이 대부분이다.

전립은 벙거지와 달리 화려한 장식품을 부착하는 것이 보통이다. 전립의 제일 윗부분에는 장식품인 정자(頂子)를 부착했는데 모자를 착용하는 사람의 신분과 지위에 따라 금·은·옥·수정 등 사용할 수 있는 재료에 차등을 두었다. 정자에는 다시 이삭 모양의 털 장식이나 공작 깃털을 부착하기도 했다. 전립의 양쪽 끝에는 매미 모양의 장식을 달기도 했는데 매미는 무관들의 청렴결백을 상징했다고 한다.

전립에는 고정할 때 사용하는 끈인 입영(笠纓)이 부착돼 있는데 금·은·마노·호박·주옥·산호 등 고급 재료를 사용해 장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립과 벙거지는 조선시대 사극에 군인들의 표준 모자처럼 등장하기 때문에 한국 고유의 복색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전립과 벙거지는 북방 유목민족으로부터 유래한 모자라는 것이 복식학계의 정설이다.

한국 전통 군복 연구의 권위자인 김정자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전립이나 벙거지를 사용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북방 유목민족으로부터 전래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문헌 기록으로는 고려 말기에 처음 등장하며 무관들의 제모(制帽)로 정착된 시기는 조선 선조(宣祖·1567∼1608) 재위 시절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역사책에는 관련 기록이 없지만 전립 형태로 만든 금속제 투구는 실물 유물이 남아 있다.

1636년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에서 청나라 군대와 싸우다 전사한 황대곤(黃大坤)장군의 투구나 육군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청동첨주(靑銅籤胄)가 대표적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4.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