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1월30일 프랑스의 마르세유 항을 떠난 프랑스군 1000여 명은 두 달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부산항에 다다른다. 전쟁의 포화에 휩싸인 한국을 돕기 위해 유엔군의 일원으로 프랑스가 참전한 것이다. 이후 3년간의 전쟁 동안 프랑스군 3421명이 참전, 이 가운데 287명이 사망하고 1350명이 부상했다.

우리나라에는 두 명의 서양인 동상이 있다고 한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프랑스 군의관 장 루이(Jean - Louis·1916∼1951) 소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장 루이의 아버지는 ‘영광의 군단’이라는 뜻을 지닌 프랑스 국가 최고 훈장인 레종 도뇌르(Legion d'Honneur)를 받은 보병 대위였는데 제1차 세계대전에서 얻은 병으로 1919년에 사망한다.

장 루이가 1933년 군의학교에 합격, 1939년 학위를 받을 당시 나이는 고작 22세였다. 중위로 전선에 투입돼 헌신한 그는 이듬해 6월 무공십자훈장을 받지만 1940년 6월 전쟁 포로가 돼 독일의 포로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도 그는 수백 명의 프랑스군·연합군 포로를 치료하는 데 정열을 바친다.

1945년 4월17일 해방되자 대위가 된 그는 1950년 4월까지 4년간 인도차이나에 있는 원정 부대에서 근무하며 직접 공수 훈련을 받고 프랑스 제2보병연대·제2공수여단과 함께 적진 속에서 구조 작전을 펼친다. 1948년 12월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예로운 레종 도뇌르를 받는다.

1950년 1월 소령이 돼 잠시 프랑스에서 어머니와 누이를 재회하게 되지만 그해 9월10일 전쟁이 한창인 한국으로의 파병 길에 자원한다. 자신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포로 생활하는 동안 누구보다 자유의 소중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프랑스군은 한국의 산악 지역에서 매서운 추위와 싸워야 했고 장 루이 소령도 원주 전투 등 5개 지역 전투에 의무대장으로 참가, 매일 숨가쁘게 수백 명의 부상자를 치료했다. 잠시 전선이 잠잠해지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손수 진료 가방을 든 채 지역 주민들을 치료하러 나서는 것이 낯선 땅에서의 그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철쭉꽃이 만발한 1951년 5월8일 인근 부대로부터 한국군 2명이 지뢰를 밟았다는 소식이 급히 전해졌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가 부상자들을 응급처치한 뒤 돌아오다가 또 다른 지뢰를 밟고 순직하고 만다.

1986년 한·불 수교 100주년과 장 루이 소령 산화 35주기를 기념, 전사지인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장남리에 그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지난달 28일 홍천에서는 그의 생일을 맞아 민간 단체 주도로 추념식이 거행됐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그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인간애 넘치는 유능한 군의관이 한국 땅에서 34세의 생을 마감했다. 비통함을 이기지 못한 그의 모친도 세상을 떠났고 몇 년 뒤 그의 누이마저 숨을 거둬 프랑스에 그의 가족은 아무도 없지만 그는 우리 가운데,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의 희생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11.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