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질주하는 구급차를 바라보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심장까지도 덩달아 두근거린다.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뮤직 비디오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 앰뷸런스(ambulance)는 16세기 후반 앙리 2세 때에 창설된 이동야전병원에서 유래했다. 1597년 아미앵 포위 공격에서 쉴리에 의해 설립된 야전병원은 이후 정식 기구로 발전했고 루이 16세 때에 이르러 미셀르 텔리에의 주도로 재정비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구급차는 18세기에 와서야 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평정하던 시절 프랑스에는 군의관 도미니크 라리(Dominique - Jean Larrey·1766~1842)가 있었다.

1805년 프랑스 육군에서 군의관의 책임자로 임명된 라리는 독일·폴란드·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전했으며 1810년 남작의 서훈을 받는다. 이후에도 나폴레옹의 거의 모든 원정 길에 동행한 라리는 총 25회의 전쟁에 참전해 대규모 전투 60여 회, 소규모 전투 400여 회를 치르는 동안 세 차례나 부상을 당하게 된다. 그는 수술 능력이 매우 뛰어나 러시아 원정 길에는 하루 동안 무려 200차례의 사지 절단 수술을 시행했는데 평균 4분 만에 수술 하나를 해치운 셈이다.

군에 있으면서 당시 군인들을 괴롭혔던 동상·괴혈병·유행성 눈병 등에도 정통했던 라리는 전쟁터에서 많은 부상자들을 목격하면서 이들의 빠른 후송을 고민한 끝에 들것 수레에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기로 했다.

언뜻 보면 마차나 달구지라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이 수레는 당시 ‘나는 앰뷸런스’(flying ambulance)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프랑스 군인들의 사기를 한층 북돋워 전투에서 프랑스 군대가 승승장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나폴레옹도 그에 대해 이제까지 본 가장 덕망 있는 사람이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고 자신이 임종을 맞을 때에는 유산의 상당 부분을 남겨 줄 정도로 그를 총애했다.

라리는 전쟁에서 아군과 적군 부상자 모두에게 헌신적인 치료를 아끼지 않았기에 양측 모두로부터 존경받았고 이러한 그의 모습은 19세기 후반 적십자 운동을 일으키는 모체가 됐다.

구급차는 이후 미국의 남북 전쟁에서도 활용됐는데 1895년 파리 산업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마차가 아닌 동력 엔진이 장착된 구급차가 등장하게 된다. 이 구급차는 엔진이 달린 차와 트레일러 두 대로 연결돼 앞쪽에는 의사와 운전자가 탑승하고 뒤쪽에는 침대를 달아 환자와 간호사를 태우도록 설계됐다.

5년 뒤인 1900년 프랑스 육군은 이 구급차를 처음으로 사용했고 이후 일반 병원에까지 보급돼 민간 의료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동력 엔진을 장착한 구급차는 여러 전장을 누비면서 일등 공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군 창설과 함께 군에 구급차가 널리 보급되면서 민간에도 구급차가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렇듯 처음에는 전쟁에서 부상 군인을 실어 나르기 위한 취지로 고안된 구급차가 이제는 일반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무실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12. 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