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유물전시관에 소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방패는 우리나라 방패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방패 연구는 유물 없이 조선 시대 문헌에 주로 의존해 왔다. 하지만 ‘융원필비’ 등 조선 시대 무기 관련 서적에는 간단한 사용법과 방패 앞면 그림만 남아 있어 방패의 운용법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미술 사학자들은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방패의 앞면에 주목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방패의 군사적 운용법을 밝히기 위해서는 오히려 방패의 뒷면을 살펴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방패 뒷면의 형태를 봐야 방패의 휴대법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전술적 운용법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궁중유물전시관 방패는 우리나라 방패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방패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우리나라에서 입방패(立防牌), 서양에서 파비스(pavis) 혹은 성벽 방패(wall shield)라고 부르는 방패다. 이 방패는 가로보다 세로가 긴 직사각형 형태다. 전투에서는 진형의 제일 앞에 세워 놓아 특정 개인이 아닌 전체 진형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둘째는 원방패다. 이 형태의 방패는 크기가 작아 왼손으로 방패를 들고 오른손으로 칼 등 다른 무기를 휴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양의 히트(heate)·카이트(kite) 등의 방패도 형태는 다르지만 원방패와 사용법이 같다.

이 두 가지 방패의 장점을 동시에 살리는 형태의 방패도 있는데 서양에서 탑형 방패(tower shield)라고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고대 로마군의 보병용 방패도 대부분 이 탑형 방패다.

이런 방패는 파비스와 비슷한 직사각형 형태의 방패로 진형 보호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땅 위에 고정할 수 있는 별도의 부속이 없다. 또 파비스보다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에 좀 더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궁중유물전시관의 방패는 바로 탑형 방패와 가까운 모습을 보여 준다. 이 방패는 높이 83cm, 가로 40cm의 입방패로 사용하기에는 높이가 낮다. 하지만 형태상으로 입방패에 가까워 진형 제일 앞에 서 있는 병사가 휴대할 경우 제한적이지만 진형 보호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궁중유물전시관 방패 뒷면(사진)의 손잡이도 무척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오른쪽에 세로로 놓여진 손잡이가 있고 왼쪽에는 끈을 걸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고리 두 개가 보인다.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 유물관에 소장돼 있던 조선 시대 방패도 왼쪽에 고리를 걸 수 있는 구멍 두 개가 나 있어 궁중유물전시관 소장 방패와 유사한 형태를 보여 주고 있다.

이 방식의 방패는 고리에 끈을 맨 상태에서 왼쪽 팔로 방패를 매고 왼손으로 다시 손잡이를 잡는 방식으로 휴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형태의 손잡이는 단순히 손으로만 쥐는 방패보다 휴대가 간편하고 안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런 방패의 휴대법은 지금까지 학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휴대 방식이며 조선 시대를 다룬 영화·드라마 등 사극에서도 등장한 바 없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1. 2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