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1991년 걸프 전쟁에서 F-117 스텔스 폭격기가 1회 출격해 얻은 성과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B-17 폭격기가 4500회 출격해 얻은 성과와 비슷했다. 그만큼 폭탄의 치명성과 정확도는 물론 항공기의 적재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그후 12년이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는 기술이 더욱 발전했다. 걸프 전쟁 때보다 지상군은 절반 이하를 투입하고 항공기는 3분의 2 이하를 운용하고도 사담 후세인 정권의 제거라는 보다 어려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걸프 전쟁에서는 표적의 사진을 촬영, 좌표를 확인하고 폭격 계획을 수립한 다음 조종사에게 명령을 내리기까지 이틀이 소요됐으나 이라크 전쟁에서는 공중에 대기 중인 조종사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표적의 사진과 좌표를 전자메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또 걸프 전쟁 때에는 지상 부대의 전투 상황을 무선 통신기를 통한 보고를 듣고 지도 위에 그리스펜으로 그렸으나 이라크 전쟁 때에는 컴퓨터 스크린에 전투 상황을 자동으로 전시했다. 이러한 과학 기술의 발달 추세를 전장 밀도의 변화를 통해 알아보면 〈표〉와 같다.

전쟁이란 예나 지금이나 파괴를 통해 상대방에게 내 의지를 강요하는 행위다. 그러나 국방과학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이런 행위를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또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는 차이가 있다.

지상에서의 전투가 바다로, 공중으로 확대된 후 오늘날에는 우주로, 사이버 공간으로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는 현대의 가공할 전쟁 기법이 우주 자산과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현대전은 우주 기반의 정보 체계, 지상·해상·해중·공중의 정밀 유도 무기 체계, 첨단의 지휘 통제 체계를 통합하는 〈그림〉과 같은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우주의 정보 자산과 항공기·무인기를 이용해 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표적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한다. 그리고 파괴를 담당하는 모든 무기 체계는 사정거리·정확도·파괴력이 매우 우수하며 전자 폭탄 등 신종 무기, 논리 폭탄 등 소프트웨어 무기, 음향 무기 등 비살상 무기, 특히 장거리 정밀 유도 무기 체계가 전장을 주도하며 모든 부대와 무기 체계는 모두 온라인 상태를 유지한다.

이런 정보 체계와 부대·무기 체계를 통합하고 수집된 전장 정보를 평가하며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시적소에 유통시키는 동시에 무기 체계와 부대에 공격·방어 명령을 하달하는 지휘관과 참모를 지원하는 첨단의 지휘 통제 체계를 운용한다.

따라서 현대의 전쟁은 손바닥 보듯 전장을 조감하면서 원하는 표적을 원하는 시각에 원하는 만큼 파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은 크고 작은 전투의 연속이며 전투는 관찰하고, 판단하고, 결심하고, 행동하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관찰은 정보 체계를 통해, 판단과 결심은 지휘 통제 체계를 통해, 행동은 부대·무기 체계를 통해 실시한다.

기술 수준이 높을수록 이 사이클을 더욱 빨리 진행할 수 있으며 후진국은 관찰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심하고 행동하기 이전에 선진국의 행동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거나 일방적으로 당하는 처지가 되므로 사이클의 정상적인 순환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전쟁 이전부터 정보에서 우세를 차지하기 위해 평시에도 아군의 정보 체계를 보호하고 적의 정보 활동을 방해하는 정보 작전을 전개한다. 그리고 전시에는 지휘 통제 체계를 통해 공통의 작전 상황도를 모든 지휘관과 전투원이 공유, 전장 인식 수준을 높이고 필요할 경우 최상급 지휘관이 말단의 전투원까지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모든 전투 자산이 네트워크화돼 있고 사정거리와 기동성이 우수하므로 현대의 전장은 전후방의 구분이 없어지고 원하는 곳에는 어디든지 거의 정확히 전투력을 투사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전투를 효과 위주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효과란 궁극적으로 적 전쟁 지도부의 의지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말한다. 즉, 항복이라는 최종적인 목표를 보다 빨리, 보다 효율적으로, 보다 안전하게 달성하도록 전투를 수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적이 예상치 못하는 시간·장소·방법으로 파괴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걸프 전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휘 통제 체계를 마비시키면 일선의 부대와 무기 체계는 머리가 없는 몸통과 같이 무용지물이 된다. 이것은 크고 작은 지휘 통제 시설을 물리적으로 파괴해 달성할 수도 있지만 전자 폭탄을 사용, 20억 와트의 강력한 전력으로 반경 330m 내의 컴퓨터 등 모든 전자 장비를 기능적으로 마비시켜 달성할 수도 있다.

현대전에서는 시간적으로 단기전·기습전·속전속결전을 추구, 최대의 속도와 템포로 가능한 한 전쟁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전쟁의 목표 달성과 무관한 부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명을 중시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으므로 대량 파괴·대량 살상 없이 승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같은 현대적 전장 운영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미 언급한 정보 체계, 장거리 정밀 유도 무기 체계, 첨단 지휘 통제 체계를 네트워크로 통합해야 한다. 이것은 첨단의 정보통신 기술은 물론 우주의 감시·정찰 자산과 통신 자산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전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초정밀 무기와 첨단 무기를 구비하고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선제 기습 공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그리고 테러리즘이 보편화되는 추세 속에서 대량살상무기·사이버 무기·첨단 무기가 테러와 결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국제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부대·무기 체계의 신속하고 융통성 있는 운용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

〈 한충원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2. 1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