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전투에 참가하는 병력과 무기가 군대의 손과 발이라면 두뇌와 신경에 해당하는 것은 C4I로 불리는 지휘통제 체계다.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이 가장 먼저 공격한 이라크군의 표적은 바로 이 C4I 체계였다.

C4I 체계가 붕괴된 이라크군의 예하 각 부대는 전투다운 전투를 치러보지도 못하고 분산·고립된 상태에서 각개 격파당했다. 현대화한 전장 환경에서는 아군의 지휘통제 기능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적의 지휘통제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C4I는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Computer), 그리고 정보(Intelligence)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1990년대 초만 해도 C3I로 불리다 걸프전을 계기로 컴퓨터의 기능과 역할이 추가됐다. 최근에는 여기에 감시(Surveillance)와 정찰(Reconnaissance)을 더하고 나아가 정밀 유도 무기(PGM·Precision Guided Munition)에 의한 타격까지를 포함, C4ISR+PGM의 시스템 복합 체계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C4ISR+PGM 체계는 각종 감시 장비와 수집 수단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합쳐 종합 상황을 만들고 이를 지휘관과 전투 부대에 신속히 전파, 동일한 전장 상황을 공유하며 작전 명령을 신속·정확하게 작전 부대에 전파하고 정밀 유도 무기를 이용,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휘통제 체계는 전략 체계·전술 체계로 구분한다. 전략 지휘통제 체계는 최상위 전략급 부대가 수행하는 육·해·공군의 합동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체계며 전술 지휘통제 체계는 각군의 특성에 따라 예하 전술 부대의 지휘통제에 적합하도록 전술 작전 수행을 지원하는 체계다.

우리 군의 경우 전략 지휘통제 체계로 CPAS(Command Post Automation System)를 운용 중이고 현재 이를 개량한 KJCCS 체계를 구축 중에 있으며 향후 합동 지휘통제 체계로 발전될 예정이다.

전술 지휘통제 체계로서 육·해·공군은 각기 전술 C4I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항공기와 함정을 자동으로 추적·전시하는 공군의 MCRC와 해군의 KNTDS가 운용 중이며 현재 육·해·공군이 통합된 전장에서 합동 작전을 가능케 하는 합동 전술 데이터링크 체계 개발이 검토되고 있다.

해군의 KDX-III 이지스함이 2008년 전력화하면 레이더의 탐지거리와 성능이 혁신적으로 개선되고 미사일의 사거리가 신장됨에 따라 넓은 전장에서 육·해·공군 부대들 간의 협동을 통해 미사일에 대한 공동 방어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협동 교전 체계(CEC)로 발전될 것이다.

네트워크를 통한 전투 능력의 시너지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각각의 단위 플랫폼 중심 개념에서 플랫폼과 플랫폼 간의 네트워크 중심 개념으로 변해 가는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의 개념도 대두되고 있다. 네트워크 중심전은 복수의 센서와 지휘통제·공격 무기를 네트워크로 연결,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전투력 상승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각 전투 부대와 장비들은 탐지거리가 비약적으로 확장되고 요격 무기의 운용 반경이 길어지며 타 부대가 보유한 요격 무기를 이용해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단일 부대 단위의 전쟁 수행이 아닌 전체 전장을 통합 운용하는 네트워크 중심전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단순히 표적 정보와 지휘통제 명령을 교환하는 기존의 전술 데이터링크 개념에서 한 단계 발전된 개념이다.

이를테면 대공 탐지 능력이 부족한 함정도 이지스함과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이지스함에서 탐지한 대공 표적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고 공동으로 교전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각 무기의 능력이 단순히 산술적으로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부가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지휘통제 체계를 활용한 미래 전장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그림 참조) 우선 무인항공기(UAV), EO/SAR, 조기경보 체계, 3차원 레이더 등 각종 정보 수집 수단이 연결되고 이들을 통해 수집된 표적 정보가 정보 융합 체계를 거쳐 합동 전술 데이터링크를 통해 분배된다.

합동 전술 데이터링크는 육·해·공군 부대에서 함께 운용돼 각군별 독립적인 지휘통제뿐만 아니라 3군 간의 합동 작전시 표적을 서로 제공하고 근접 지원이나 함포 지원에 있어 정밀도를 매우 높여 아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진에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무인항공기나 감시위성을 함께 운용하면 해군의 함포 사격이나 육군의 장거리포 공격시 피폭 지역의 실시간 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어 목표물에 대한 공격 효과를 직접 확인하고 공격 목표를 수정할 수 있게 된다. 계곡을 타고 침입하는 저고도 항공기의 대공 방어를 위한 방공C2 체계가 추가돼 비호·천마와 같은 대공 무기의 운용 효율이 개선된다.

육군의 이동 부대를 위한 TICN/SPIDER 통신망이 유선과 무선으로 각 체계들을 거미줄같이 연결해 모든 정보를 초고속으로 전파한다. 헬기 편대나 전차 부대도 지휘통제 체계와 데이터링크를 통해 표적 정보를 공유하고 각각의 헬기나 전차에 공격 대상을 할당한다.

모든 작전 상황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전술지휘소와 전략지휘소에 리얼타임으로 전시되므로 지휘관의 상황 파악이 신속·정확하고 지휘관들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이처럼 지휘통제 체계는 미래 전장의 모습과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는 핵심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 임만엽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5. 2. 15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