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국의 AFA(Air Force Association)에서 발행되는 월간지인 'Air Force'지 2000년 6월호에 6·25전쟁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고된 'The Forgotten War' 라는 글을 원문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이 글의 필자인 보인(Walter J. Boyne) 예비역 공군 대령은 미 공군의 항공 우주 박물관 관장을 지냈으며, 항공력에 관한 주제로 400여 편의 글과 29권의 저서를 저술한 항공 전문가이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전쟁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어느 한 쪽의 의견이나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고 6·25 전쟁 전반을 비교적 균형있고 사실적인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다.
50년전 6월, 2차 대전의 피해와 소련의 위협으로 인해 그 세력이 축소된 미 공군은 6·25 전쟁 발발과 더불어 최초의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미 공군은 F-82 Twin Mustang에 장착되어 있는 기관총으로 적 항공기를 격추시키는 것으로 전쟁을 시작했으며, 1953년 7월 27일 F-86 Sabre가 최후의 공대공 전투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전쟁을 마감했다. 37개월간의 전쟁에 개입하면서 새롭게 재정비된 공군은 정치 및 통치체제, 예산 그리고 적의 용맹성과는 관계없이 언제든지 싸워 승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한국전쟁은 향후 규모와 그 세력에 있어서 공군이 나아가야 할 전문적인 방향을 제시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1950년 북한의 인민군이 38선을 넘어 남한을 침략했을 때, 인민군은 높은 수준의 훈련을 받았으며 소련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었다. 공산주의라는 사상적 배경 아래 T-34 탱크 및 중화기, 그리고 소규모지만 효율적 능력을 지닌 항공력으로 무장한 인민군을 앞세워 북한은 전쟁에서 쉽게 승리를 거두고 "위대한 영도자" 김일성의 영도하에 분단된 한반도를 통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이 남침했을 때 남한은 단지 자신을 방어하는 수준의 경찰력만을 지니고 있었으며, 주한 미군의 규모 역시 최소의 수준이었다.
방어망 내부에 있지 않다(Not in the Sphere)
다소 예견되기는 했지만 북한의 지도부는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참전에 대한 암묵적인 승인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미 국무부 장관 에치슨(Dean Acheson)은 같은 해 1월 12일 워싱턴의 언론인 클럽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남한은 미국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방어망 내부에 있지 않으며 독자적으로 방어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공산국가의 지도자들이 미국 장관의 이러한 말을 간과할 리 없었다. 이러한 에치슨 선언은 미 군사세력의 실질적인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급격한 해체로 인해 큰 고통을 겪었으며, 세계적으로 이익을 도모하기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자국 내에서 지배적이었다. 미국이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원자폭탄이 평화를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트루만(harry Truman) 대통령은 연간 국방예산을 130억 달러 이하로 감축할 것을 주장해 왔는데, 이는 중차대한 작전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금액이었다.
이러한 군사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트루만 대통령은 미국이 남한을 보호하겠다는 주장을 제기함으로써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트루만은 북한이 남한을 무력으로 침략한데 대한 해결책을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토록 했으며, 이러한 그의 움직임은 나중에 전쟁에 참전한 UN군 사령부가 구성되도록 하는 바탕이 되었다. 합참의장이자 육군참모총장인 브래들리(Omar N. Bradley) 대장은 북한의 침략에 대해 군대를 파병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가장 큰 위협은 소련이며, 중국이 참전한 이후에 한국전쟁을 마무리짓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중국과의 전쟁은 부적합한 장소에서 부적합한 시기에 부적합한 적과 싸우는 부적합한 전쟁이었다. 미 공군참모총장인 반덴베르그(Hoyt S. Vandenberg) 대장 역시 미 공군의 가장 우선적인 목적은 호전적이고 원자력을 보유하고 있는 소련과 맞부딪히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브래들리 대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남한 군사세력을 후퇴시키는 어려운 임무는 스트레이트마이어(George E. Stratemeyer) 중장이 이끄는 미 공군의 극동 사령부(Far East Air Force Command)에 부여되었다. 극동 사령부는 일본, 오키나와, 괌 그리고 필리핀에 주둔해 있는 공군의 지원을 요구했으며, 그 결과 365대의 F-80 전투기, 32대의 F-82 전투기, 26대의 B-26 폭격기 그리고 22대의 B-29 폭격기가 임무 수행을 위해 한반도로 소집되었다. 작전이 진행됨에 따라 다수의 F-51 역시 전투 및 폭격이라는 임무 수행을 위해 소집되었으며, 1차적으로 145대의 F-51이 Air National Guard로부터 조달되었다. 노후된 장비에도 불구하고 극동 사령부는 전쟁에 적극 개입했다. 그 결과 극동 사령부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세한 제공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속적인 제공권의 우세는 공산 진영에 대한 전략·전술적인 폭격이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적들의 보급로가 차단되고 지원군이 몰살을 당했다. 이러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폭격으로 인해 유엔군 사령부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공격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으며, 종국에는 휴전 협정을 맺을 수 있었다.
극동 사령부가 활동을 개시함에 따라 스트러블(Arthur D. Struble) 제독이 이끄는 미 해군 7함대가 Task Force 77을 소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극동 사령부와 Task Force 77은 실제적인 합동작전을 수행하지는 못했으며, 월남전에서도 각각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했다.
첫 번째 전과(First Blood)
미 공군은 1950년 6월 27일 다섯대의 F-82와 다섯 대의 북한 Yak-11기 사이에 벌어진 공중전에서 첫 번째 승리를 거두었다. 허드슨(William G. Hudson) 중위와 레이더 관제사 프레이저(Carl Fraser) 중위는 한 대의 Yak-11기를 격추시켰는데, 이는 향후 976회의 공중전 승리를 이끈 첫 번째 승리였다.
이튿날 Yak 전투기 편대는 서울 주변의 수원 공군기지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으며, 그 결과 한 대의 B-26기가 부분 파손되었고, 한 대의 C-54기가 전파되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6월 29일 18대의 B-26기는 평양의 공군기지를 폭격했으며, 그 결과 25대의 적 항공기를 파괴했다. 극동 사령부는 전투기와 폭격기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전쟁 초기에 투입된 첫 번째는 한국내의 미국인들을 구조할 항공기와 선박을 일본의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두 번째는 전쟁의 나머지 부분에 투입되어 전투 및 폭격 그리고 물자 수송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최전방 근접 항공 지원의 상대적 효율성과 후방에서의 적에 대한 포격과 물자 공급에 대한 문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쟁들은 전적으로 관점과 전략적인 상황에서의 차이에 따른 것이었다. 전쟁 초기에는 남한에는 대포나 기갑 부대가 없어서 근접 항공 지원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적 진영 후방의 도움이 될만한 목표물을 설정하지 않았다.
초기부터 UN군사령부의 항공지원은 효과적이었다. 예를 들면 7월 10일 평택 부근의 폭파된 다리 부근에서 일련의 적 부대에 대한 공습이 가해졌으며, 그 결과 F-80, B-26, F-82 등의 항공기가 117대의 트럭과 38대의 탱크, 그리고 7대의 장갑차를 파괴했다. 이러한 일련의 공격들은 북한 기갑 사단의 중심부에 큰 타격을 입혔는데, 만약 이들이 살아있었다면 낙동강 유역에 설정해 놓은 마지막 방어선과 UN군의 해상 세력에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다. 미 육군 8사단장 워커(Walton H. Walker) 장군은 "우리가 미 5 공군으로부터 받은 이러한 지원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전사하거나 아마 본국으로 후퇴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심지어 전쟁 후반부 그러한 노력들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조차도 UN군 비행 소티의 30% 정도는 근접 공습을 통해 지상군을 지원하기 위해 출격한 것이었다.
공중 및 지상에서의 전쟁은 크게 다섯 가지 국면으로 구분되었다.
부산과 인천(Pusan and Inchon)
전쟁의 첫 번째 국면은 발발 당일부터 9월 14일까지로 볼 수 있다. 그 시기에 유엔군과 남한의 경찰력, 그리고 급박하게 투입된 일부 미군들은 낙동강 방어선이라 일컬어진 지점까지 후퇴를 계속했다. 하지만 적들은 그 마지막 보루를 뚫지 못했고 그 와중에 북한의 지원세력은 B-26과 B-29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점차 끊기기 시작했으며, 그로 인해 적의 전방 세력은 F-80과 F-51, 그리고 B-26의 근접 공격에 의해 점차 약화되었다.
전쟁의 두 번째 국면은 유엔군 사령부 사령관인 맥아더(Douglas A. MacArthur) 장군에 의해 시작된다. 그는 9월 15일 훌륭한 반격 작전인 인천 상륙작전을 통해 지금까지의 전세를 뒤집는데 성공한다.
북한군 후방의 핵심부에 대한 미군의 상륙은 낙동강 방어선에서의 상륙작전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10월 1일까지 북한군은 38선 이북까지 후퇴했으며, 각종 전투와 가차없는 공중 폭격에 의해 전투능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북한군 세력의 패주는 계속되었으며, 연합국들은 북한군의 최후방까지 계속 진격하여 전쟁을 마무리짓기로 결심했다. 그 이후 단계는 남한의 대통령 이승만에 의한 통일이 될 것이었다. 유엔군이 북한과 중국과의 국경선에까지 진격하자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하나의 주로 간주한다는 의미와 중국의 이익이 위협을 받는다면 전쟁에 개입하겠다는 경고를 계속 보냈다. 하지만 맥아더 장군과 연합군 양측 모두 이 경고를 절대 믿지 않았다. 그들은 중국과 소련 모두 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점은 CIA와 국무성의 자료에 의해 더욱 확고해졌다.
하지만 11월 25일 중국 공산당은 그 경고를 실천에 옮겼으며, 그 결과 엄청난 수의 인민군이 전쟁에 개입하게 되었고,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항공력을 대신한 인해전술을 사용하여 중국 공산세력은 춥기로 유명한 한반도의 겨울 동안 유엔군 세력을 무차별 공격했으며, 그 결과 유엔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후퇴를 해야만 했다. 공산세력은 서울을 재탈환했으며, 주변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공군 기지를 점령했다.
만약 중국 세력이 적절한 공군력만 보유하고 있었다면 그들은 유엔군 세력을 완전히 한반도에서 축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기지에서 출격한 막강한 유엔군의 항공력은 중국의 진격에 큰 타격을 가했다. 1951년 1월 25일까지 미 8군단의 새로운 사령관 리즈웨이(Matthew B. Ridgway) 중장은 한반도에 대한 지상군의 반격을 실시함으로써 전쟁의 4번째 국면을 열었는데, 그는 항상 항공력 지원을 등에 업고 작전을 수행했다. 수적으로는 열세였지만 리즈웨이는 유엔 공군의 보호막 안에서 계속적인 지상전의 승리를 거두었고 그 결과 공산주의자들을 다시 북으로 몰아냈다. 3월 15일 서울이 다시 탈환되었으며, 4월 첫 주 38선이 다시 회복되었다.
< 출처 : 공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