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

「비(非)살상무기」란 적 병사를 살상하지 않고 환경이나 시설, 병기 등을 파괴 또는 오염시키지도 않으면서 적의 전투기능만을 무력화시키는 무기이다.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 전쟁은 대규모 정규 전력의 충돌보다는 종교나 종족분쟁의 해결, 또는 대 테러전쟁과 같이 소규모의 비정규전력과 전투를 벌이는 「비대칭전쟁」에 개입할 확률이 많고,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세계 여론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쉽게 적군과 아군을 판단할 수 없는 비정규전 환경을 고려하면 적의 병사를 살상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면서, 더욱이 환경을 파괴하지도 오염시키지도 않는 비살상무기의 중요성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형태의 비살상무기

현재 사용 또는 개발되고 있는 지상전투용 비살상무기의 종류로는 적 전투력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에 따라 크게 다음 다섯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병사의 일시적인 시력저하를 발생시키거나 전자광학감지기를 파괴하는 저 출력 레이저무기
전자기기의 회로, 컴퓨터의 기억장치 등을 파괴하는 전자펄스/마이크로파 발생장치
병사의 무력화나 항공기, 함정, 차량 엔진의 동결, 또는 기체, 건축물 등의 금속에 작용하여 분자구조를 약화시키거나 부식시키는 특수화학제
통신망 내의 정보자료를 파괴하여 정보 기능을 마비시키는 컴퓨터 바이러스
사람의 감각을 마비시켜 전투의욕을 상실시키는 초저주파의 음파 발생장치 등이 현재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거나 개발단계에 있는데, 저 출력 레이저무기나 전자펄스/마이크로파 발생장치와 같은 것은 경살상무기로 구분되기도 한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지상전투에서는 비살상무기의 사용이 확인된 바는 없다. 굳이 찾아보자면 ’90년 걸프전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흑연폭탄이나 지난 해 이라크전쟁에서 사용된 전자기펄스폭탄과 같은 공중투하 비살상무기들이 소규모로 사용된 적이 있다.

또, 공식 확인된 바는 없으나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한 적 장비의 무력화도 시도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와 같은 무기의 사용은 미래 전쟁에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의 개발 노력

비살상무기는 개발 필요성 자체가 미국의 발상에 의해 시작되었고, 기반 과학기술도 미국이 가장 발전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미국이 비살상무기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구소련의 발달된 과학기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러시아도 레이저 무기나 무선주파수(Radio Frequency)를 사용한 전자기펄스/마이크로파 발생장치, 무능력 화학제와 같은 분야에서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영국을 포함한 유럽 선진국들도 비살상무기의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레이저무기분야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분야, 북한도 기술보유국

한편, 컴퓨터 바이러스 분야는 컴퓨터 사용이 일반화되고 정보 · 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선진국뿐만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세계 여러 중 · 소 국가에서도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비살상무기 분야에 비해서는 비교적 관련 기술이 평준화되어 있다.

점차 증대되고 있는 지휘통제 시스템이나 무기체계의 컴퓨터 의존도를 고려하면 공격 대상 시스템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의 공격기술뿐만 아니라 이러한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방어 기술 발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발달된 민간 정보 · 통신능력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발전의 가능성과 함께, 그만큼 많은 취약성도 내포하고 있으므로, 전산정보체계 방어에 대한 관련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해야 하겠다.

< 출처 : 월간공군 2004년 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