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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기 고찰 - 6. 가야 판갑 (2)

지난번에 비교적 잘 알려진 유형의 가야의 판 갑을 한번 복원을 해봤습니다. 원래 약속대로면 이번에는 삼국 시대의 투구를 알아볼까 했지만 기왕 언급한 이상 대략이나마 전반적으로 한번 살펴 보자는 의미에서 한번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판 갑도 지난번 소개한 것 외에도 여러종류가 있습니다.

명칭도 '종장판갑, 삼각판갑, 장방판갑, 횡장판갑등등......--;; ' 다양하죠. 사실 제가 보기엔 디자인상의 차이와 부분적인 제작 공법의 차이일 뿐 기본적인 원리나 구조는 별다른 차이는 없습니다. 착용 방식은 가장 간단하게는 흉 갑만 착용하는 방식에서 견 갑, 상박 갑과 함께 착용하는 방식, 심지어 발목보호대와 팔찌까지 착용하는 완전군장까지도 있을 것으로 생각 합니다.

그런데 제가 나름대로 분석해본 바로는 대략 두 가지 계열로 구분되는 것 같습니다.

위의 그림은 크게 두 계열의 갑옷을 투구까지 합쳐서 하나식 예로 든 것입니다. 조금 더 세분하면 디자인이나 부분적인 제조공법상의 차이로 종류가 더 분화되지만 크게는 위의 두 가지 계열에서 거의 벋어나지 않습니다. 대략 분석을 해보면 왼쪽 것은 흉 갑만을 착용하는 형식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 합니다. 잘 하면 어깨 부위를 방호 하는 상박 갑 정도는 착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볼 때 아마 흉 갑만을 착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잘 보이실지 모르겠는데..... 표면에 뭔가 문양을 새긴듯한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즉 비교적 화려한 갑옷 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투구도 오른쪽과 비교하면 확실히 뭔가 있어보이죠. 반면 오른쪽의 갑옷은 대체로 디자인은 단순 하면서 방호력은 강화된 느낌입니다. 특히 지난번에 소개한대로 견 갑과 상박 갑으로 목 부위와 어깨까지 방호합니다. 이것은 무얼 뜻하는 가 하면 왼쪽은 주로 고위층의 장군들이 착용하거나 행사에 입는 의장용 갑옷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오른쪽은 주로 야전을 담당했던 일반 장교들이나 전투병이 착용했던 야전용 갑옷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뭐 어떤 분들은 '앵? 원래 대빵이 방어력이 높은 갑옷을 입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실재는 직접 전투를 할 일이 그다지 없는 장군들이 철판으로 온몸을 둘둘 말고 다닐 일은 없겠지요. 뭐 우리나라 장군들이 관우, 여포처럼 일기토를 즐겼을 것 같지는 않고....... 흔히들 우리가 읽는 역사 소설들(특히 삼국시대를 소재로한....)은 말 그대로 그냥 소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보통 말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그래도 명색이 장군인데.....) 군장은 가벼운 것이 좋습니다. 대신 화려한 문양이나 장식이 많습니다.

위의 그림은 제가 나름대로 복원 해본 것입니다. 짜집기식이다 보니 좀 어색해 보일 수도 있는데... 대략적인 컨셉만 이해 하시면 되겠습니다. 보통 이런 형태의 갑옷은 어깨 띠로 착용을 하게 되는데 가죽 재질의 벨트형일 것으로 생각 됩니다. 이는 신라 시대의 불교 조형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의장용 갑옷은 비교적 가벼운 군장에 표면에 화려한 문양을 새기거나 투구에 화려한 장식을 달았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실재로 유물을 보면 투구의 꼭대기에 장식을 꽂았던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있다고 합니다. 반면 야전용 군장은 실전에서 착용하는 만큼 디자인은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방호력을 가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의장용 군장과 야전용 군장의 차이....>

위의 그림은 잘 아시다시피 신라의 불교 조형물입니다. 물론 단순히 종교적 조형 물이 실재 군장과 관련이 있겠느냐 하는 의문도 있을 수 있으나 제가 볼 땐 그냥 아무 근거 없이 만들어진 작가의 공상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신라는 가야와 인접해 있으면서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나라이고 상당 부분 그 문화를 흡수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작용 틀의 발굴로 자체적으로 판 갑을 제작한 나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가슴의 저 흉 갑..... 저것은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적인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재로 가야 판 갑 중에서 비슷한 유형의 흉 갑이(위의 사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저 나름은 중국의 남북조 시대에서 수당시대에 까지 단편적이나마 무장 복식들을 살펴 봤는데 저런 것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뭐 있는 데도 제가 못 찾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신라시대의 의장용 군장을 유추 해볼 수 있는 자료가 될 수도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 입니다. 또한 후기(통일신라)에 이르기 까지도 상당부분 판 갑이 혼용 되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봐집니다. 어쩌면 이땅에서 판 갑이 사라진 직접적인 계기는 신라의 멸망이 아닐까요? 결국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의 등장으로 찰 갑이 주종을 이루는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요? 고려가 건국 될 무렵은 고구려 멸망 뒤 불과(?) 300여년이 지난 뒤입니다.

당연 그 쪽 지역은 고구려 색이 상당부분 남아 있을 가능 성은 있다고 본다면 찰 갑을 위주로 사용 했던 고구려인 만큼 그들을 계승한 고려는 찰 갑을 주요 군장으로 채용 했을 것으로 볼 수 있고...... 다만 약간의 변화는 있어서 다리 보호대와 목 가리개가 없어지고 전체적으로 상의가 롱 코트처럼 길어 지면서 이후 우리나라의 갑옷의 주류를 이루는 두정 갑이나 두석린 갑으로 변형 된 것이 아닐까요? 고려의 두정 갑의 사각형 미늘 무늬는 왼지 고구려 벽화의 갑옷의 미늘을 연상 시키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또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많은 분들이 지적 하듯이 이 갑옷이 상당히 이국적이라는 것입니다. 뭐 저는 여기에 동의 하지는 않습니다만...... 그 이국적이라는 기준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연히 과거 우리의 주요 갑옷의 주류에 하나였던 만큼 적어도 우리를 기준으로 한 다면 이국적인 것이 아니죠.^^

동양 권에선 분명 드문 형태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런 독자적인 갑옷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자생적으로 나타난 것일까? 아니면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일까?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특히 갑옷의 형태가 고대 그리스, 로마식을 연상 시키는 면도 있습니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를 끄는 유물들이 있기는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물건인데요. 이것이 신라의 황남대총(맞나?)이라는 고분에서 나온 건데요. 출처를 확인해본 결과 '로마'산 유리제품으로 밝혀졌답니다. 시기는 대략 5세기경이고요. 물론 단편적인 유물이 갑옷하고 연관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것이 나왔었다는 소개만 합니다. 어떻게 로마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이땅의 무덤에 묻혀 있는 지는 풀어야 할 숙제겠지만...

이번 글은 대략 이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다음에는 또 다른 주제로 글을 올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