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은 바로 고려시대의 사천왕입니다. 그 아래의 것은 일본에 남아 있는 '몽고습래회사'라는 그림의 일부인데(뭐 어찌 보면 새롭다고 할 수는 없는 그림이고 저도 예전에도 본적이 있는 그림입니다. 다만 그 당시엔 그냥 무심코 지나쳤습니다만...........) 그 중에서 고려군으로 알려진 군사들을 캡쳐한 것입니다. 사천왕 부조와 투구의 형태를 유심히 비교해 보시면 상당히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위의 그림은 일본쪽에서 직접 고려군과의 전투장면을 바탕으로 묘사한 것이므로 저 모습이 당시 실제 고려군의 모습에 근접했다고 봐도 무방 할 것입니다.

위의 예를 볼 땐 불교 조형물과 당대의 실제 군대의 모습이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한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설사 그 원형이 중국 등으로부터 유입되었다 해도 당대의 군 지휘관들이 유심이 관찰은 했을 것이고(종교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해도 일단 군사 관련 유물이니........)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군에 적용 해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목 가리개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의 전통적인 군사 개념도 적용되어 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단편적인 자료만 보고 단언하긴 좀 그렇긴 합니다만......

일단 이번에 다루고자 한건 그런 문제는 아니고요. 고대 우리나라의 군대에 대한 더욱 정확한 고증은 앞으로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렇다고 저도 이방면의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고 또한 정식으로 이쪽 분야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라서 잘못 판단하거나 오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엔 '몽고습래회사'를 통하여 고려군의 보병전술의 단면을 알아 보고자 합니다.(.....하다 보니 고려군으로 까지 넘어왔습니다.^^) 우선 다시 한번 위의 고려군으로 돌아가서 고려군의 무장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세 명의 고려군이 있는데 두 명은 활을 들고 있고 한 명은 투창을 들고 있습니다.(제가 투창이라고 단언하는 이유는 화살과 함께 창이 날아가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통의 무장으로 허리에 장검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무기들을 분류 해보면 원거리 무기로는 활, 근거리 무기로는 투창, 백병전을 위해서 장검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위의 무장의 상태로 볼 땐 고려의 보병들은 크게 세 단계의 전투 과정을 거친다고 봐 집니다. 첫 째는 활을 이용한 원 거리 전투, 두 번째는 투 창을 이용한 근거리 전투, 그리고 최후의 단계에서 칼을 뽑아 들고 백병전을 벌이는 그런 순인 것 같습니다. 즉 곧 바로 백병전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얼핏 고대 로마식 전술을 연상하게도 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로마군은 장 방패와 단검으로 무장하고 있는 반면 고려군은 양손을 사용하는 장검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국시대와도 차이가 보이는 것으로 칼을 쓰는 보병 조차도 방패를 들었던 고구려 벽화와는 좀 대조 적으로 약간의 변화가 있는 듯 합니다.

결국은 방패를 버리고 양손검으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되겠죠. 실제 신라 말기에 이르면 유물이나 여러 조형물에서 칼이 극도로 길어지거나 다양화 되는 양상을 띤다고 합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전술개념의 변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저런 장검을 사용 하려면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 되어야 하고 조밀한 방진대형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방패를 들지 않으므로 길이가 짧은 단검 같은 것을 사용 할 필요도 없으며 결국 백병전도 약간 자율적인 형태가 되었다고 생각 됩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저의 개인적인 견해는(아마도 전통 무술 연구가들은 상당히 거부감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중국 무술의 전래도 한목 했을 것으로 생각 합니다. 뭐 여기에는 논란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많은 무술가들 중에는 중국의 우슈가 우리의 18반 무예의 아류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근대 저의 생각은 적어도 삼국시대의 유물이나 벽화등에 묘사된 무장을 보면 무술 같은 개인기를 구사할 수 있는 그런 무장이 아닙니다. 물론 고구려 벽화에도 씨름이나 수박회 같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대 유럽에서도 레슬링이나 복싱 같은 전투력을 기르는 격투기류는 존재 했고 그것이 본격적인 무술류에 포함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는 있을 것 같습니다.

삼국 시대의 우리 선조들은 철저히 조직력과 전술 시스템으로 개인기와 무술을 앞세운 중원의 군대에 대항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후대에 오면서 중국의 무술류가 우리땅에도 전래는 되었을 것이고 당시의 군 관계자들도 이를 면밀히 연구도 했을 것이며 나름으로 우리 전술에도 적용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고대 한국의 군대에 조금 더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화랑도의 환상부터 깨야 하지 않을지...........

각설하고 다음은 활에 대해 조금 언급해본다면 예전에 어떤 분이 우리 선조들은 활을 일제히 사격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있은 것으로 기억 나는군요. 뭐 여러 가지 답이 나왔지만 전투에서 활은 일제 사격이 기본입니다. 조선시대에도 무조건 대놓고 지 맘대로 쏜 건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보통 앞에 살수가(백병전) 서고 뒤에 사수가 배치됩니다. 그땐 화포등도 등장 했죠. 주로 보병을 상대할 땐 대완구 같은 탄환 보단 조란환(일종의 산탄)을 사용 하였지만 그래도 가장 주요 원거리 무기는 활이었습니다. 백병전에 돌입하기 전에 반드시 사수가 원거리 공격을 퍼붓고 다음 살수가 슬슬 나가서(?) 마무리를 합니다.

사실 임진왜란이 이런 교전 수칙을 무시하다가 줄줄이 깨진 전쟁이었습니다. 당시 조선의 군대가 얼마나 개판이었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가장 기본적인 교전 수칙도 지키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특히 7만이(설에는 10만이라는 주장도......) 깨진 용인전투는 압권이었죠. 그렇지 않았다면 조선이 그렇게 까지 고전할 이유는 없었던 전쟁입니다. 조총이란 것이 따지고 보면 그렇게 위력적인 무기라고 할 순 없습니다. 우선 재장전에 최소 30초에서 1분이 소요 됩니다. 뭐 3교대 사격으로 커버 했다고는 하지만 사거리에선 조선의 활에 비교 될 수가 없습니다. 실 사거리가 불과 50여미터 밖에 안되기 때문에 200여미터 이상 날아가는 조선의 활보다 떨어집니다. 활의 성능이 신통치 않았고 전통적으로 백병전을 선호하는 일본에서나 통할 무기입니다.

위의 그림은 고려군의 활 세례를 받은 왜의 한 장수가 쓰러지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특히 상단에 날아가는 투창이 보입니다. 분명 고려군이 던진 것입니다. 고려군이 활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근거리에서 투창도 사용 했다는 뜻입니다. 고려군의 활 세례를 뚫고 들어온 적은 그 다음엔 투창 공세가 기다리고 있겠지요. 사실 이 부분은 그 동안 드라마나 역사프로 같은 영상 물에서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진 않은 듯 합니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인시대'에서도 투창을 던지고 백병전에 돌입하는 전투신은 못 본 것 같아서...... 근대 의외로 널리 쓰이던 방법입니다. 특히 로마군은 상당히 유명합니다.

몽고습래회사(蒙古襲來繪詞)

왼쪽이 원나라 군대 오른쪽이 고려군입니다.

왜장의 최후??

말이 쓰러지자 맨몸으로 돌진하는 왜군??

원나라 원정군.

변변치 않은 글 읽어주신 것 감사 하고요. 그럼 다음에 또 정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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